생활 로그/회고록

나는 이제, 기술자가 되고 싶다

MingyuKim 2025. 7. 4.

2018년 11월, 나는 처음으로 PHP 웹 개발자의 직무를 맡으며 당당하게 “저는 개발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 소재 전문학사 졸업생이었고, 연봉은 2,800만 원. 지금 생각해도 결코 화려한 시작은 아니었다.

Java Spring이 주류인 대한민국 개발 생태계에서, 나의 기술 스택은 주변에서 ‘비주류’에 가까웠다.
그래서 오히려 신입의 진입장벽이 낮은 PHP와 Laravel을 택했고, 운이 좋게도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언론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시 25살. 나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선배들과의 협업은 낯설고 긴장의 연속이었다.
네이트온에 “출근했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조차 어색하던 시절,
“이 코드가 맞나?” 싶으면서도 용기 내어 푸시하고, 떨리는 손으로 배포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나는 매일 눈앞의 기능을 구현하며, 버그를 수정하고, 요청된 작업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개발이라는 일이 단순히 기능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가 만든 서비스를 보고 있는 모습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뿌듯함과 고양감이 밀려왔다.

“내가 만든 게, 누군가의 하루를 채우고 있구나.”

그 짧은 순간이 나에게는 개발자로서 처음 느껴본 자부심이었고, 그 기분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그 경험 이후로 나는 단지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자각을 갖기 시작했다.

PHP Laravel Web 개발자로 시작한 나의 백엔드 커리어는 2022년 4월, 금융·증권 전문 언론사로의 이직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수많은 뉴스 서비스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Legacy PHP를 Laravel 기반의 MVC 구조로 리팩토링하거나 RestAPI로 리팩토링 하였고, Redis를 활용해 조회수 어뷰징을 방지하는 로직도 직접 설계했다.

이 시기부터 나는 매일같이 자문했다. “왜 이렇게 되어 있을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기술에 대한 갈증이 커졌고, 나는 주도적으로 다양한 티켓을 가져와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고 적용했다.
PHP Laravel만 사용하던 내가 Java, EDA를 활용한 FCM Push 전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였고, Swift를 사용해 2개의 ios 앱을 신규 개발하기도 하였다.

언어나 도구가 달라져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본질은 같다는 것을 느끼며,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데 점점 두려움이 사라졌다.
이후에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
서비스의 구조는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리소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
배포는 얼마나 안전하게 자동화할 수 있을지, 장애가 나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그 모든 것들을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DevOps, GitOps,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멀티 모듈 구조, 헥사고날 아키텍처 같은 키워드들이 내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이 기술들을 단순히 트렌드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실제로 팀과 서비스에 가치를 더하는 도구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실험하고, 적용하고, 설명하며 설득했다.

그러면서 점점 더 강하게 깨달았다.
“기술을 잘 쓰는 것만으로 좋은 개발자라고 할 수 있을까?”
“설계를 잘하면, 그게 전부일까?”

결국 기술의 시작과 끝에는 ‘사람’이 있었다.
기획자, 디자이너, 운영자, 그리고 사용자.
그들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답을 만들어가는 커뮤니케이터이자 연결자.
그게 진짜 내가 되고 싶은 개발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내가 그 기술자의 모습에 가까워지고자 한다.
아직은 미숙하고, 잘 안 될 수도 있다. 낯설고,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해보려고 한다.
7년 전, 개발자란 직업이 너무 낯설고 선배들과의 협업이 두려웠던 내가 결국 그 시절을 지나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이라고 믿는다.

댓글